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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정려원, 고혜진 감독, 이정은.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고혜진 감독의 입봉작 ‘하얀 차를 탄 여자’는 여성의 시선으로 사건을 풀어가는 심리 스릴러다. 폭설이 내린 새벽, 피투성이로 병원에 실려 온 여자와 그녀를 언니라 부르는 또 다른 여자, 그리고 사건을 맡은 여성 형사까지 영화의 중심엔 세 명의 여성이 서 있다.
정려원은 추리소설 작가 도경 역으로, 이정은은 진실을 끝까지 쫓는 형사 현주 역으로, 김정민은 비극의 중심야마토2
에 선 은서 역으로 긴장감을 이끈다. 세 인물의 관계는 단순히 피해자·가해자·수사관의 구도가 아니라, 서로의 상처를 비추는 거울 같은 존재로 그려진다. 영화는 남성 폭력이나 범죄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으면서도 그 여파가 남긴 감정을 집요하게 따라간다.
이 영화는 2022년 샌디에이고국제영화제에서 ‘베스트 인터내셔널 피처’(Best Inter주식거래시작
national Feature)상을 수상했다. 해외 수상 이후 국내 개봉이 확정된 ‘역수입’ 사례다. 현재 CGV 골든에그지수는 94%, 네이버 관람객 평점은 8.44점으로 동시기 개봉작 퍼스트 라이드(82%)보다 높다.
‘하얀 차를 탄 여자’가 현재 대중의 큰 관심을 받고 있지만, 극장가에서 여성 서사 영화나. 여성이 중심이 되어 제작되휴맥스 주식
는 영화는 여전히 드물다.
영화진흥위원회의 2024년 ‘한국영화 성인지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 감독 비율은 21.4%로 전년(22.8%)보다 감소했다. 순제작비 30억 원 이상 상업영화에서는 여성 감독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여성 주연 비율도 40.7%에서 38.6%로 하락했다. 보고서는 “팬데믹 이후 산업이 회복되는 과정에서주식거래비용
성평등 논의가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올해 개봉한 한국 상업영화 가운데 여성 인물이 서사를 이끄는 작품은 '하얀 차를 탄 여자'를 포함해 '검은 수녀들', '파과', '침범', 재개봉한 '아이 캔 스피크' 정도다. 이 다섯 편을 제외하면 '승부', '야당', '보스' 등 대부분이 남성 캐릭터 중심 작품이다. 통계로 드오늘의테마주
러난 여성 감독·주연 비율의 하락은 실제 극장가에서 여성 서사 자체의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브라운관에서는 다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극장에선 보기 힘든 여성 중심 이야기가 드라마에선 활발히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종영한 MBC ‘달까지 가자’는 월급만으론 생존이 불가능한 흙수저 세 여성이 코인 투자에 뛰어들며 벌어지는 ‘하이퍼리얼리즘 생존기’를 그린다. 불안정한 고용 환경과 부조리한 현실 속에서 여성들이 어떻게 생존하고 욕망을 긍정의 에너지로 바꿔내는지를 다룬 작품이다. 가난과 욕망, 생존의 서사를 코인이라는 현대적 상징으로 풀어내며 현실적이면서도 판타지적인 여성 서사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다.
지난 9월 방영한 JTBC ‘백번의 추억’은 1980년대 버스 안내양이었던 두 여성의 우정과 사랑을 통해 시대와 청춘을 회고하는 작품이다. 고된 생계와 가족 부양이라는 현실적 무게 속에서도, 사랑과 우정, 청춘의 찬란함을 포기하지 않았던 여성들의 이야기를 뉴트로 감성으로 복원했다.
이밖에도 SBS '사마귀 : 살인자의 외출', 넷플릭스 '은중과 상연', tvN '미지의 서울' 등이 남성의 시선에서 벗어나 여성 인물의 서사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영화는 '닫힌 시장', 드라마는 '열린 시장'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극장 산업의 구조적 한계가 여성 서사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멀티플렉스 중심의 과점 시장에서 배급사들이 위험을 회피하다 보니 이미 흥행이 검증된 남성 감독과 배우 중심의 제작 구조가 고착화됐다”고 설명했다.
송혜교, 전여빈 두 여배우가 주연을 맡은 '검은 수녀들'은 올해 1월 24일 개봉해 설 연휴 특수를 받았음에도 손익분기점(160만명)을 간신히 넘긴 167만명에 그쳤다. 여성 주연 영화로서 의미는 있었으나 전작 '검은 사제들'과 비교해 오컬트 영화로서 구마의식 등 연출 완성도가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으며 흥행 공식의 틀을 깨지 못했다.
반대로 “OTT와 드라마 시장은 구독자의 절반 이상이 20~30대 여성으로, 콘텐츠 수요 자체가 여성 중심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여성 캐릭터가 전면에 선다”며 “기획안만으로 제작이 성사되고, 성공 시 다시 창작자에게 기회가 돌아가는 구조가 선순환을 만든다”고 말했다.
'하얀 차를 탄 여자'가 여성 서사 흐름을 스크린으로 확장시켰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지만, 국내가 아닌 해외 영화제를 통해 먼저 인정받고 ‘역수입’된 사례라는 점은 한국 영화계의 배급 구조가 여전히 폐쇄적이라는 방증이다.
김 평론가는 "이 악순환을 끊기 위해선 초기 투자를 감수할 엔젤 펀드, 그리고 신인 감독·작가를 꾸준히 길러낼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 다양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영화산업은 더 위축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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