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시스터스 l 코코 멜러스 지음, 심연희 옮김, 클레이하우스(2025)


“자매는 친구가 아니다”라는 강력한 문장으로 시작하는 소설 서문에서 작가는 고백한다. 자신의 정체성은 남매 곁에서 형성되었고 “때로는 그들을 죽이고 싶었지만, 동시에 그들을 위해서 죽을 수도 있었다”고. 흔한 자매애에 관한 소설인가 싶겠지만, 자매애를 다룬 소설이 그렇게 흔하지는 않다. 자매 소설의 원조 격인 루이자 메이 올컷의 ‘작은 아씨들’이 출간된 지 150년이 훌쩍 넘도록 우리는 무수한 변주곡들을 만났을 뿐이다.
골드몽게임 ‘블루 시스터스’에도 네 자매가 등장한다. 블루 집안의 네 자매 에이버리, 보니, 니키, 러키는 올컷의 메그, 조, 베스, 에이미만큼이나 개성이 뚜렷하고 각자의 기쁨과 슬픔으로 복잡다단한 생을 통과 중이다. 이성적인 엘리트 변호사 에이버리는 온 세상 맏딸의 전형대로 동생들에게 ‘작은’ 엄마의 역할을 맡아왔다. 세계 챔피언급 복싱 선수인 둘째 보니는 황금성슬롯 금욕적으로 오직 훈련에 매진한다. 셋째 니키는 ‘정상적인’ 삶을 욕망하며 남들처럼 살고 싶다. 막내 러키는 이른 나이에 모델이 되어 세계를 돌아다니며 자유분방하게 살아간다. 그러다가 자궁내막증으로 인한 통증을 견디고자 점점 강력한 진통제에 의존하던 셋째 니키가 약물 남용으로 사망한다. 니키의 시신을 처음 발견한 보니는 충격으로 챔피언십 방어전에서 패배하고 바다이야기릴게임2 홀연히 캘리포니아로 떠나 클럽 경비로 일한다. 동성 아내와 런던에 살고 있는 맏딸 에이버리는 은밀한 도벽과 외도에 빠져든다. 막내 러키는 런웨이에 설 수 없을 정도로 술과 마약에 의존 중이다. 니키가 떠나고 남은 자매의 삶은 급속도로 부서져 간다.
니키가 떠난 지 딱 1년이 되는 날 자매의 엄마는 뉴욕의 아파트를 처분할 생각이니 니키의 황금성사이트 짐을 정리하라고 통보한다. 발끈한 자매는 만신창이 현실을 잠시 떠나 고향 뉴욕으로 돌아온다. 니키의 흔적을 정리하는 남은 세 자매에게 눈물의 상봉, 애틋한 위로, 함께하는 애도 같은 것은 허락되지 않는다. “니키가 아니라 네가 죽었어야지.” “큰언니는 거짓말쟁이지. 다 보여, 위선자 주제에.” 칼보다 아픈 말들이 난무한다. 이 가족의 핵심을 이루는 것은 ‘ 바다이야기게임사이트 서로에 대한 비난과 중독 증상, 그리고 부정하는 태도’다. 떨어져 있으면 그리워하면서도 만나면 모진 말과 상처를 주고받고 혼자가 되면 더욱 깊이 중독에 빠져든다. 무엇보다 자매를 견딜 수 없게 만드는 것은 니키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이다. 각자가 서로에게 가해자이며 동시에 피해자라는 복잡한 마음이 끈적하게 뭉쳐 자해를 가속한다. 이들에게 과연 구원이 가능할까.
러키는 어느 광란의 파티에서 ‘너는 니키의 아기’라는 말을 듣고 환각인지 사실인지 확인해 보고 싶어 며칠 후 현장을 찾아가는데, 거기서 만난 클럽 경비가 들려준 이야기는 작가가 소설 속 인물들에게, 나아가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로도 읽힌다. “사람들은 인생을 다시 사랑해 보려고 마약을 하는 것 같아요. 삶에 대한 사랑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과거의 느낌을 되찾으려고 마약을 하는 거죠.” 자해를 옹호하려는 게 아니라 어떻게든 이해해 보려는 안간힘이 느껴진다. 이는 남은 자매가 곧 ‘나의 족쇄이자 나의 생명줄’이라는 말을 확장해 징글징글한 가족도 엉망이 되어버린 삶도 평생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면서 놓칠까 봐 두려워 자꾸 붙들고 마는 모순 가득한 사랑의 대상이라는 말과 같다.



이주혜 소설가·번역가